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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후기

조선10선비 2023. 5. 7. 20:45

 

 

사실 전 개인적인 사유로 전주에는 가지 않으려 했었어요.

그치만 기분전환도 하고 생각도 정리할 겸 이틀 전에 숙소를 예약하고 

하루 전에 영화를 예매해서 가기로 결심했죠.

사람이 북적이는 1주차에 비하면 2주차는 예매도 수월할 뿐더러

조금은 조용한 느낌의 영화제를 즐길 수 있어요.

전 시끄러운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상관없었지만,

온전히 영화제를 즐기고자 하시는 분들은 1주차 개막 주에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전주, 부천, 부산영화제의 경우는요!)

230503-230505 티켓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렇게 많은 영화를 보진 못했어요. 

사실 2편의 영화를 더 보려고 했었는데 상영시간을 착각해서 보지 못했죠...ㄸㄹㄹ...

티켓은 5장이지만 실질적으론 영화제 기간동안 네 편의 영화를 보았네요!


1. 하얀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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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은 편부로 일곱 살 난 딸을 홀로 키운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지치고 무너진 그는 아내와 함께 개조했던 이탈리아 알프스의 샬레(오두막)에 들어가 살기로 한다. 사무엘은 경찰의 이민자 추적을 돕는 이곳 주민들의 분노에 무감하고, 우연히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망쳐 온 여성을 맞닥뜨린다. 사무엘은 기껏해야 몇 시간 걸릴 것이라 생각하며 그녀가 국경까지 가는 걸 돕기로 한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세로 이들을 쫓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었어요.

첫날 전주에 가서 시간이 맞고 매진이 안 된 작품들이라는 한정된 선택지 안에서 고른 작품이었거든요. 

제가 속해 있는 커뮤니티 안에서도 관람했던 사람도 극히 드물었고요.

감독은 기욤 르뉴송이라는 프랑스 감독으로 첫 장편 데뷔작이에요.

그치만 <피터 본 칸트>의 드니 메노셰와

<성스러운 거미>의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가 주인공으로 나온답니다.

두 영화 모두 작년에 본 인상적인 작품이어서 그런지 전작과는 다른 느낌의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이번 전주에서 본 영화들 중 아직까지도 여운이 좀 길게 남는 영화네요. 

또 다른 곳에서 상영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볼 기회가 있으시다면 추천드리는 작품입니다.


2. 엄마와 창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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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나태한 딜레탕트인 알렉상드르는 연인 마리와 함께 지내며 파리 레프트 뱅크를 거닌다. 어느 날 그는 젊은 간호사 베로니카를 만난다. 그리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마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 영화의 경우 전주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였어요. 

얼핏 예전에 누군가에게서 제목만 들었었는데 파격적인 작품이라고 했던 기억만으로 예매했던 작품이었어요. 

영화 자체는 감정이입이 상당히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프랑스의 자유연애에 대한 문화는 저와는 맞지 않나 봐요...

처음에는 인텔리스러운 남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해볼까 하다가

영화가 진행될수록 자기얘기를 하지 않을 때는(특히 여주인공들이 힐난할 때)

너무 찌질해 보이는 표정이 싫었달까요.(그래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이 저와 맞지 않아요...)

그리고 역시 프랑스 영화 답게 대화와 독백 위주로 배경음악 따위는 걷어차 버리는 바람에

중간에 곯아 떨어질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었어요.(그래서 제가 프랑스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해요...)

그치만 그게 또 이 영화의 매력이기도 해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와 독백 속에서 몇몇 공감가는 이야기들도 있었고요. 

특히 '남자의 스카프는 저렇게 매는거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수트와 스카프 조합에 빠지기도 했었죠. 

219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생각하지 못하고 다음 영화를 예매해놨던 저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웠죠.

그래서 한국경쟁부문 수상작이었던 <당신으로부터>를 놓치고 말았어요.

이번 영화제에서는 왜 이렇게 시간계획을 제대로 못 세웠던걸까요.

오랜만에 혼자 영화제를 가다보니 너무 안일했나봐요...


3. 박하경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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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버리고 싶은 순간,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 선생님 박하경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


이 영화도 <엄마와 창녀>를 본 뒤 충격으로 저녁을 먹다가 

예매해둔 다른 영화 시간을 놓쳐서 급하게 시간만 맞는 영화로 예매한 작품이었어요.(계획에 없었단 거죠...)

시놉도 보지 않았고 제목만 보고선 선뜻 손이 가지 않아서 예매하지 않았었는데

영화관에 들어가고나서 스크린 속 이나영 배우를 보고 '잘됐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이 작품은 영화라기보다는 웨이브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입니다.

국어선생님인 박하경의 여행기로 4곳의 여행지를 여행하며

그곳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과 만남들을 흠뻑 미소지으며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나 선우정아, 구교환, 안예리, 서현우, 박인환 배우님 등 매력적인 배우들의 모습도 볼 수 있어 좋았답니다.

전 개인적으로 영화 <비몽>과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에서의 이나영 배우를 좋아했는데요.

20대 때 그 크고 맑은 눈망울로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었는데,

4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한 미모와 통통 튀는 20대 때의 매력과는 다른 진중한 모습이 보기 좋았답니다.

또, 결혼 이후 '19년 이후로 작품이 없다가 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전주에서는 에피소드 4개만 묶어서 상영했는데, 아마 웨이브에서 후반부의 에피소드가 공개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전주 특별 상영에서는 주워담지 못한 떡밥들이 많았거든요.

5월 24일 웨이브에 공개된다고 하던데 관심있으신 분들은 시청해 보시기 바라요!


4. 킴스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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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지금은 사라진 킴스비디오가 갖고 있던 방대한 비디오 컬렉션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이비드 레드몬을 따라간다. 킴스비디오는 55,000편이 넘는 인기 영화와 희귀 영화를 갖춘 뉴욕의 상징적인 비디오 대여점이었다. 영화의 형식과 트로프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감독의 추적은 기이하고 집착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이 추적은 시칠리아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감독은 지역 정치의 거미줄에 걸려든다. 이 추적은 그를 한국으로도 데려간다. 그는 컬렉션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수수께끼의 인물 김용만 대표를 쫓는다.


5월 5일의 경우, 연휴다보니 거의 모든 작품들이 매진이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없었어요.

역시 영화제에서 무계획은 좋지 않아요...🥹

다행히도 지인에게서 표를 구해 보게 된 작품입니다.

전주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열광적인 인기가 있었는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정도로 열광적으로 좋아할 영화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어요. 

물론 영화 자체는 좋아요. 다큐의 형식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내용이 뻔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감독의 흥미로운 통찰과 영화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이죠. 

다큐멘터리를 기획 중인 저로서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아 좋았답니다.


이번 전주에서 화제작인 <펄>과 <스크래퍼>를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또 다른 곳에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이번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후기는 마치겠습니다.

 

비 오는 전주 한옥마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