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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있는글, 쓰기 by_Seb.
영화 [어쩔수가없다] 리뷰(강스포) 본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데 어쩔 수 없다며 순순히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
전 2회차로 이 영화를 관람했는데요.
처음 봤을 때의 한줄평은
'박찬욱스럽지만 박찬욱답지 못했다' 였습니다.
하지만 2회차를 보면서 전작 <헤어질 결심>에서 더 발전되었다고
느껴졌습니다.
각자의 취향이므로 동의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생각이 맞습니다.
존중합니다!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 요망!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까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번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가장 대중적이고 정제된 영화입니다.
전작 <헤어질 결심>보다 더 세련된 방식으로 과하지 않게 표현됐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폭력적 수위도 많이 낮아졌으며,
코미디적 요소가 많이 포함되었다보니
이전 작품들에 비해 허들이 많이 낮아졌다고도 볼 수 있죠.
영화 제목 <어쩔수가없다>는 띄어쓰기가 없는 것도 하나의 특이점입니다.
박찬욱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굳이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이유도 하나의 단어로 인식되기를 바랐으며
어쩔 수가 없다는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퉁쳐지고 합리화되는 현재의 시대상과 그 상황을 비꼬기한 것이라 말했죠.
우리는 때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을 때
외부의 압력 또는 Action에 불가항력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에,
이병헌 배우의 행동처럼
'어쩔수가없다'고 스스로를 타이르고 되뇌이며
합리화하고 타협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과는 다르게
영화는 단순히 '어쩔수가없다'고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수가없다'며 자신의 경쟁자를 제거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포인트도 바로 이 부분이죠.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 그건 좀 아니지 않아?"
1회차를 어머니랑 추석 연휴 때 봤을 때
어머니가 공감하시지 못한 부분입니다.
아마 일부 관객들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왜 죽여야만 했는데?
왜 내 생존을 위해 타인을 살해해서까지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하냐고,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고 공감이 안된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각각의 세 인물은 종이로 먹고 사는, 살았던 사람들이었죠.
그들에게 있어 종이는 인생의 전부이자, 낙이었습니다.
만수는 범모에게 묻습니다.
"왜 다른 방법을 찾지 않느냐고,
카페든 뭐든 우선 먹고 살 궁리부터 했어야 하지 않았냐"고-
아라는 범모에게 말합니다.
"실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실직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게 문제라고!"
만수가 시조에게 묻습니다.
"퇴근 후 동료들과 술 한잔하는 것이 그립지 않아요?"고-
만수는 선출에게 말합니다.
"내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 책임지기 위해,
그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널 죽여야 한다."고
저는 한편으로는 만수의 자기 파괴적 요소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자신과 너무나도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죽여야만 하는 현실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이는 서사가 부족해서 지루함이 느껴질 수 있겠으나
(실제로 저도 1회차 볼 때 졸았습니다)
그것은 감독이 관객에게 굳이 설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why?
3인의 피해자이지만
3인의 또 다른 자아라고 생각해본다면 자기파괴적 요소가 다분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렇게 받아들였던 근거는
첫번째 피해자 '범모'는 9년간 알콜 중독에 폭력적 성향을 가졌던 과거의 만수,
두번째 피해자 '시조'는 종이를 다루는 직업을 포기하고 다른 삶을 택한 미래의 만수,
마지막 피해자 '선출'은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회사의 불합리함에 저항하며 노동자들을 대변했던 직전의 만수
처럼 보여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범모를 죽여야 하는 순간에는
그에게 연민을 느껴버리죠.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 만수는 미리에게
윤활유 얘기를 꺼냅니다.
이는 범모와 자신의 처지를 동일시했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다양한 오브제와 상징&기호의 활용: 돼지, 사과, 조경, LP, 뱀, 총
"더러운 걸 먹여야 더 맛있는 게 돼."
만수가 사과나무를 심을 때 아들에게 하는 대사죠.
이처럼 박찬욱 감독은 다양한 상징과 오브제를 활용합니다.
사과나무뿐만 아니라 돼지, 뱀, 총 등
각각이 지닌 이미지와 관념들을 비틀어 버립니다.
일반 대중들이 느끼기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당연한겁니다.
누구나 그것을 쉽게 알아채지는 못하니까요.
물론 이는 영화를 많이 보지 않거나
자주 극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일 거라 생각되는데요.
이를 해석하고 못하고는 관객의 입장이고
연출의 입장에서는 굳이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다소 불친절합니다.
이는 대개의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이 그러하죠...


박찬욱 감독의 뮤즈, 조영욱 음악 감독
영화는 스토리는 분명 풍자와 코미디적 요소가 강한 반면,
BGM은 또 스릴감있게 깔립니다.
영화를 본 관객 모두가 공감하시겠지만,
영화 초중반부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나오는 씬은
제게는 그 어떤 장면보다 압도적이었습니다.
이후로 가왕의 노래가 제 플레이리스트를 차지했죠!
또 고추잠자리가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통할 수 있는
세련된 노래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음악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음악이 중간중간 변주되는 것을
리듬체인지라고 하더군요.


박찬욱 감독의 연출에 대한 변주는 거듭 발전한다.
각기 다른 인물의 행동과 동선이 편집점에 따라
세련되게 붙는 씬들은 볼 때마다 경이로웠습니다.
이를 테면 만수가 테이프를 벗겨내는 장면이
마치 전기톱을 켜는 모습처럼 보여지는 장면과
이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아들이
악몽에서 깨어나는 씬을 연결짓는 것도 좋았죠..
또 만수가 범모를 죽이러 가기 위해 2층 계단을 오르는 장면에서
가면을 쓴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백돌을 빨아내는 아라의 모습에서 <박쥐>가 떠올랐고
총을 들고 숲 속에서 추격하는 모습은
<친절한 금자씨>를 연상하게 했죠.
부감이나 클로즈업 등 카메라 구도나 움직임도
더 과감해지고 세련되어졌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만수가 모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미리에게 안아달라고 하는 씬에서
이러한 다양한 연출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관객 친화적으로 다가가려 애쓴
박찬욱 감독의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 <헤어질 결심> 이상으로
너무나도 좋았답니다.


염혜란 배우의 재발견과 손예진 배우의 묵직함
염혜란 배우의 재발견과 손예진 배우의 묵직함도 보는 재미가 있었죠.
손예진 배우의 경우는 아이를 낳은 이후 참여한 첫 작품이라 하더군요.염혜란 배우의 재발견과 손예진 배우의 묵직함도 보는 재미가 있었죠.
그치만 그녀만의 농익은 연기는 이 영화의 중심을 바로 잡아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아 있죠.
여전히 일반 관객에게 불친절하고
특정 배우의 경우 캐릭터의 서사가 부족하다보니
연출적으로 이용당했다?의 느낌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덮을 정도의
장점들이 전 2회차를 보며 눈에 띄기 시작하더라고요.
전 이번 부국제에서 이 영화를 보진 못했어서
개막식에서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 매우 부러웠답니다..ㅠㅜ
암튼 이상 길고 길었던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 다른 영화나 영화제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몸 건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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