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저는 그다지 안녕하지 못한 하루를 보내다가
하루의 끝자락에서 조금은 안녕해졌네요.
오랜 기간 동안 연락을 안하고 지냈었던
(사실은 차단 당했다고 느꼈던-)
몇 명의 지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냈었거든요.
혼자 판단 내리고
혼자 결정한 결과였고
어찌 보면 내 마음이 편해지려고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그랬었던 것 같네요.
최근 그런 경우가 부쩍 늘었었거든요.
무시 / 차단 / 읽씹 / 안읽씹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인들을 잃어가고 있다 생각했었어요.
10년 이상을 알고 지낸 고등학교 친구,
2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힘든 군대 시기를
함께 견뎌 냈었던 동기,
9년의 대학생활 중 가장 뜨거웠던 연극 소모임 후배 등등
한 때는 하하호호 웃으며 추억을 공유하고,
일상을 공유했던 사람들과 사소한 이유로
혹은 각자의 이유로 멀어졌었거든요.
제 입장에선
단순히 각자의 삶이 바빠져서라기보다
또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져 소원해진
그런 관계는 아니라고 오해했었어요.
오늘 아침부터
하루가 저물어가는 순간까지도
어쩌면 전 마지막까지도 너무 이기적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들의 아픔을,
그들의 개인사를,
각자의 고민을,
그러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제 입장만 따졌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답장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몇몇에게서 답장이 왔고
여유가 생기면 얼굴보고 편하게 얘기하자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보낸 그 장문의 메시지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건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 메시지를 계기로
본인의 과거를 자각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 혼자 행주산성에 있는 카페에 와서
궁상을 떨다가
어스름해질 무렵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그래도 진심은 통한다라는 걸
다시금 느낀 하루였네요.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나요?
혹은 상처받지 않았나요?
아님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나요?
또는 그저 그런 여느 일요일 같았나요?
그게 어떤 하루였든
어둑어둑 해가 저물어가는 걸 바라보며
스산한 초여름 바람을 맞으며 흔들의자에 앉아
당신의 하루 끝이 안녕하기를 바라겠습니다.